무의식
무의식이란 말 그대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모든 정신적인 요소들을 말합니다. Sigmund Freud에 의해 우리의 정신적 요소 중 ‘무의식적 요소’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또 얼마나 끊임없이 우리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가 밝혀졌습니다. 또한 개인의 의식이 받아들일 수 없어 무의식 속으로 억압해둔 내용들을 정신분석과정을 통해 의식하게 될 때 신경증이 치료된다는 것 역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Carl Gustav Jung은 개인의 억압된 기억 등을 포함하는 개인적 무의식은 물론이고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집단적 무의식이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특히, Jung은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는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하여 개인의 전체 정신이 발휘되도록 하는 정신적 요소가 있다고 보았으며, 그것을 자기 원형 Self archetype이라고 명하였습니다.
자기원형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자신의 무의식의 세계를 진지한 태도로 살펴 그것을 의식에 포함시키게 될 때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정신적인 문제의 창조적인 해결과 치유가 가능해지게 될 수 있고, 삶이 변화되는 귀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신경증과 자기실현
우울감과 무기력감, 삶이 정체되고 방향을 상실한 느낌, 불안과 공황 발작,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과 같이 신경증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맴돌며 고통을 겪게 하고 삶의 전진을 막아섭니다.
C.G.Jung은 신경증이란 아직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마음의 고통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고통은 의미를 잉태하고 있으며 신경증이라는 고통을 겪어내며 의미를 깨달았을 때 신경증은 해소되고 우리의 정신은 확장되게 됩니다.
신경증은 의식이 무의식으로부터 단절되어 있음으로 해서 발생하며 무의식을 이해해나감으로써 치유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은 신경증의 치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자기 자신으로서 전체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씨앗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잎과 꽃을 피우며 한 그루의 나무로서 계획된 모든 잠재력을 남김없이 펼쳐나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정신도 온전한 자기 자신을 모두 펼치고자 하는 것이 그 목적일 것입니다.
그러한 목적은 우리가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해 ‘자기 자신 전체’로서 살아가도록 안내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경증이나 외부에서 일어나는 고통스런 현실은 이러한 목적을 따르도록 ‘촉구하는 고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것을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 또는 개성화 Individuation라고 합니다.자기실현은 인간이 ‘자기인식’을 해나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며, 자연이 인간의 정신을 통해 피어낸 정수로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성화 과정은 집단적인 가치에 순응하는 사회적인 ‘나’로서의 삶이 전부인 그런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내면의 잠재된 개성을 발견하고 발휘하는 것, 즉 진정한 ‘나’로 사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분석심리학적 정신분석
이러한 자기인식은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 과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신분석 과정입니다.
분석심리학적 정신분석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주 1~2회 45~50분의 면담의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분석과정은 분석가와 피분석자의 변증법적 대화를 통한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며, 치료자는 피분석자의 무의식의 메시지를 이해해가도록 돕는 길잡이이자 무의식을 비추어 바라볼 수 있게 돕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그러한 과정 동안 요구되는 고통과 혼란스럽고 수치스런 감정 등을 수용하고 견디어낼 수 있게 돕는 신뢰할 수 있고 따뜻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여 그런 과정을 거쳐갈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분석가의 수련은 정신의학적 지식과 분석심리학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오랜 기간에 걸친 자기 자신의 교육분석과 환자 사례의 지도분석을 통해 무의식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올바른 태도와 경험을 쌓아야지만 가능한 과정입니다.
이런 수련과정들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적인 정신의 직접적인 산물인 꿈과 환상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의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고 무의식의 메시지를 피분석자의 의식과 통합되도록 도울 수 있게 됩니다.
분석심리학은 ‘치유의 힘, 통찰의 힘은 무의식 속에 있다’고 보는 것이며 그 힘이 바로 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포함하는 우리 전체 정신의 중심인 자기Self입니다.
무의식을 드넓은 바다라고 한다면 우리의 의식은 하나의 작은 섬에 불과합니다. 그 의식의 더 작은 중심인 자아ego를 우리는 우리 자신 전체인양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 한계에 부딪힐 때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것은 고통이지만 기회이기도 합니다. 자아에 머무르지 않고 정신의 중심인 자기에게 다가설 수 있는, 즉 인격 성장이자 치유에 이를 수 있는 기회인 것입니다.